|
[최원목 교수] 대한민국, 약탈적 부패 카르텔을 넘어서야
관리자
|
| Date : 2025.11.13 |
대한민국, 약탈적 부패 카르텔을 넘어서야
최원목 이화여대 국제법 교수 분당과 판교가 개발되면서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대장동이 주목을 받았었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장동 개발에 관여하는 것을 반대해 순수한 민간개발로 진행될 처지였다. 반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영개발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민관합동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이라는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고위험, 고수익"이라고 둘러대며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는걸 합리화했다. 사실 사업실패 시 발생하는 위험의 최대한도는 자본금인 50억 원 뿐이었다. 특히 화천대유에 투자한 천화동인 1~7호가 잃는 돈은 이들이 투자한 3억 원이 전부다. 이 3억 원을 잃을 위험마저도 사실상 없었다. 미분양시 발생하는 위험마저 성남의뜰이 지는 게 아니고 민간시행사와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성남의뜰은 땅을 취득할 때는 '도시개발시행자' 자격으로 손쉽게 공공수용한 뒤, 택지로 분양할 때는 민간택지 분양임을 내세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갔다. 값싸게 땅을 획득해 가격을 올려 시행사측에 팔아넘기는 땅장사 역할만 수행한 것이다. 이런 땅 집고 헤엄치기 식 행위가 천화동인에게 4040억 원의 배당금을 안겨주었다. 위험이 원천적으로 없었기에 적은 자본금에도 불구하고 1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금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고위험-고수익"이라는 궤변이, 성남시장을 발판으로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이재명 후보의 공식적 입장이었다. 93%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들(성남도시개발공사와 참여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게 1830억 원의 수익을 우선 배당하고, 7%의 주식만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40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역할이 이례적으로 컸다는 걸 공사 측이 그 이유로 버젓이 내세웠었다. 땅 집고 헤엄치기 역할인데도 말이다. 민간개발에 맡겨 놓을 때와 비교해 대장동 개발이익 중 5503억 원을 오히려 성남시가 환수한 것이라 자화자찬했다. 이 5503억 원도 관행상 도시개발시 조건화되는 기부채납 성격의 공원조성비인 2561억 원까지 포함해 부풀린 금액이다. 성남시민과 국민의 눈을 속이는 짓이었다. 한마디로 대장동게이트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특정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넣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50억 클럽 등 법조인과 언론계 등에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재 심리가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관련 재판과도 직결돼 있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들 사이에 의사 전달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업자 등에게 징역 4년~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항소하기로 하고 내부결재까지 받았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법무부장관의 반대와 이에 따른 중앙지검장의 제지로 항소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검찰 담당팀과 고검 담당자가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상황이고, 서울중앙지검장이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대검은 "배임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점과 피고인 중 한 사람에게 검찰 구형보다 중형이 선고되었다는 점"을 들며 항소의 실익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런데 배임죄가 인정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른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올린 부당 수익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데도 그 추징금 규모는 '428억 원'으로 판결했다.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내려졌다. 그런데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피고인들만 항소함으로써 이제 항소심에서는 불이익 변경 금지원칙이 적용돼 1심 형량 이상은 내려지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어차피 항소심이 진행되게 되어 있는 마당에 왜 검찰이 일방적으로 항소를 포기해버려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가. 이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에게 의사 전달을 했었다고 판시한 내용은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직간접적 관여 여부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국민적 관심 사안에서 왜 주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항소심 환경을 일부러 조성해주고 뇌물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사실상 확정시켰냐는 말이다. 그 이유가 뭔지 법무부장관은 답변해야한다. 누구 지시를 받고 그런 항소포기 압력을 마지막 단계에서 행사했는지도 밝혀야한다. 상부구조로서의 정치가 마적단 세력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그동안 쌓아올린 하부구조의 원칙들이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세력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 LH 사태, 엘시티 게이트, 415 부정선거 검증 지연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세상에는 상식이 있고 진실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사실파악 조차 원천봉쇄 당하고 궤변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됐다. 2019년 '조국 사태'가 무한 세력투쟁 시대의 문을 연 결과다. 아무리 표적 수사의 결과라 할지라도 진실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났는데도 그걸 상대 세력의 공격의 결과라는 핑계로 덮어버리는 걸 당연시하는 궤변이 일상화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궤변 논리를 감쌌고 자신의 국정수행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동안 쌓아올린 소중한 상부구조의 원칙들인 공무원의 국가이익 추구, 법관의 정치적 성향 자제, 지식인의 정치비판 정신 존중,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 요구 등은 모두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지금 그 조국은 사면되어 버젓이 여권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법부 독립과 공직자의 윤리가 붕괴되고, 우리 사회는 품격과 진실마저 실종됐는데도 개혁의 성과로 자화자찬하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386은 물론 민주화 운동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고, 사회 지도층이 집권유지를 목적으로 공공연히 편법을 취하는 행위까지 정치이념 실현의 과정으로 둔갑하는 것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가치체계와 인간성에 대한 신뢰에 대한 아노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50~60년대의 '세력중심 사회'가 70~90년대의 '법치사회'로 이행했고, 2000년대 이후 '원칙수립 사회'로 발전되어 오던 대한민국의 흐름이 두 단계를 후퇴해서 세력중심 사회로 되돌아갔다. 이제 고대 그리스시대처럼, 소피스트(sophist)의 상대주의, 회의주의, 궤변론이 지배적 정치논리가 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는 조국사태와 더불어 소피스트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시작일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권력형 비리와 궤변들이 앞으로 등장할지 가늠이 안 된다. 대장동 몸통 수사를 여기서 멈추라고? 도대체 얼마나 더 정치•법조•언론•외세의 약탈적 부패 카르텔이 설처대야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정신을 차릴까? 대장동의 몸통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길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이다. (2021.10.11 디지털타임스 최원목칼럼 내용 일부인용)
|